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년도 예산안에는 ‘출산·양육 부담 완화’ 대책이 집중적으로 담겼다. 주거 안정, 일·육아 병행, 보육 인프라 확충 등 관련 사업에 올해 대비 3조6000억원 이상이 증액된다.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7년 만에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열고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투입하고도 역대 최저인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나온 대책인 셈이다.

◇남자도 3개월 휴직해야 18개월까지

이번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저출산 대책은 ‘육아휴직 연장’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육아휴직 급여기간이 기존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된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18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80%(월 최대 150만원)를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 정부는 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에만 6개월을 추가로 더 주기로 했다. 부모 중 어느 한 쪽만 육아휴직을 쓰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맞돌봄’을 전제로 달았다. 여성의 ‘독박 육아’를 막고, 남성의 육아 참여 이끌어내자는 취지다. 한부모 가정의 경우 추후 고용부와 협의를 통해 맞돌봄 조건 없이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월 1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워킹맘&대디 현장멘토단 발대식에서 위촉된 멘토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육아휴직 기간을 18개월로 늘리는 안은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된 내용이지만, 이를 ‘유급휴직’으로 하고 부부의 맞돌봄을 전제로 연장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 예산안에 처음 담겼다.

생후 12개월 내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월 최대 300만원)를 지급하는 ‘3+3 부모육아휴직제’는 적용 기한을 늘리고, 상한액도 대폭 높인다. 부모가 함께 6개월의 육아휴직을 쓸 경우 각각 월 최대 4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출산하면 2년 내 융자·분양·임대 특혜

정부는 ‘신생아 3종 특례’도 내놓는다. 주택 구입, 전세자금 융자 지원, 주택 우선공급 등에 올해보다 2조1000억원을 추가 투입, 총 9조원을 들인다.

먼저 신생아 출산 가구(출산 2년 내)에 대해 디딤돌·버팀목 대출 소득 요건을 연 7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완화한다. ‘맞벌이 페널티’를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자 연소득이 5000만원으로 총소득이 1억원인 맞벌이 커플은 소득 요건 완화로 디딤돌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신혼부부는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는데, 신생아 출산 가구는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다. 버팀목 대출의 경우 신혼부부는 전세 보증금 4억원 이하인 집에 대해서만 3억원을 빌릴 수 있었는데,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서는 보증금 5억원 이하 집까지 범위를 넓힌다. 정부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모두 시중 금리 대비 1~3%포인트 낮출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걸린 주택청약저축 안내문. /뉴스1

부부 합산 세전 연소득이 8800만원이고, 올해 6월에 태어난 딸을 둔 A씨 가족이 4억원을 대출하기 위해 금리 4.5%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경우 내야 하는 연평균 이자는 1800만원이다. 하지만 금리 2%(가정)인 특례 디딤돌을 이용할 경우 약 1000만원을 절감한 800만원의 이자만 내면 된다.

‘신생아 특공’도 신설된다. 주택 분양 시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공공임대 우선 공급 등 주거 지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월 1일 이후 출생아부터 적용되고, 융자·분양·임대 신청 전 2년 이내 출산한 가구가 해당한다. 올해 7월 31일에 출산한 경우 2025년 7월 31일까지 신청이 가능한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