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나 소득이 없어도, 별도 서류 없이 본인 인증만으로 300만원까지 ‘비상금 대출’ 해 드려요.”

최근 은행권은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시중은행 가릴 것 없이 모바일 전용 비상금 대출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 중이다. 통상 300만~500만원 한도인 이들 소액 신용대출은 주로 금융거래 실적이 없으면서 급전이 필요한 젊은 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대출금리가 최고 연 15%에 달하지만, 일단 급할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간편하게 빌릴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20대가 많이 찾는다.

온라인 사이트에선 “200만원 비상금 대출받으려는데, 금리가 연 11%래요. 그러면 한 달에 이자 비용이 얼마란 소리예요?” 같은 질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본적인 금융 지식은 없는데 돈은 쉽게 빌릴 수 있다 보니 잠깐의 부주의로 빚의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만 18~79세) 2400명을 대상으로 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금융이해력 평균 점수는 66.5점인데 20대(65.8점)와 60대(64.4점), 70대(61.1점)가 평균에 미달했다.

특히 20대의 점수가 낮은 분야는 금융 지식 분야 중에서도 복리(複利) 관련 문항이었다. ‘매년 2%의 이자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100만원을 넣어두고 5년간 찾지 않는다면 5년 후에 해당 계좌에는 얼마의 돈이 있겠습니까? (단, 수수료와 세금 없음)’라는 질문에 정답(110만원 초과)을 고른 사람보다 못 고른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이 문항에 대한 20대 점수는 100점 만점에 39.1점에 불과해 전체 평균(41.4점)보다도 낮았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젊은 층이 빚 무서운 줄 모르고 덜컥 빌렸다가 고금리 빚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선진국들처럼 금융 공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은 금융 교과를 각급 학교 정규 과목으로 편성하는 내용 등을 담은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