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다 다카히사 일본 미야코노조(都城)시 시장이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고향 납세 답례품 홍보 팸플릿을 들고 일본 지자체 가운데 ‘고향 납세’ 기부금 1위를 차지한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고향 출신이 아니더라도 도시 기부자를 타깃으로 잡고, 명품 고기와 소주를 답례품으로 선택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했다. /주완중 기자

일본 미야코노조(都城)시 이케다 다카히사 시장은 인구 16만명의 경북 안동시만 한 작은 지방 도시를 이끈다. 그런데 이 작은 도시가 지난해 일본 전역에서 거둬들인 기부금 수입만 약 1800억원(196억엔)에 달했다.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 격인 ‘후루사토(古里·고향) 납세’ 덕분이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세금 수입이 줄고 지방 소멸 위기가 찾아오자 지방에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해주면서 답례품 선물까지 주는 고향 납세 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야코노조시는 명품 소고기와 소주 답례품을 앞세워 지난해 일본 1765개 지자체(47개 도도부현 포함) 중 고향 납세 실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가 공동 주최한 ‘지역 자원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케다 시장은 26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기부금 덕분에 아이 보육료는 물론 중학생까지 의료비와 임산부 검진 비용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3무(無) 정책’을 쓸 수 있게 됐다”며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젊은 부부들이 다시 찾는 고장으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1위 비결이 뭔가.

“일본 고급 소고기로 통하는 ‘미야자키규(牛)’와 1916년 창업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기리시마주조(霧島酒造)의 ‘전통 소주’를 대표 답례품으로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미야코노조시라고 하면 바로 ‘고기’와 ‘소주’를 떠올리도록 브랜딩한 것이다. 이렇게 먼저 고기·소주를 집중해 알린 뒤 서서히 다른 답례품까지 추가했다. 덕분에 2014년 5억엔이던 기부금 수입이 2022년 196억엔으로 40배 수준이 됐다. 기부금 수입으로 일본 지자체 1위만 네 번(2015·2016·2020·2022년) 차지했다.”

-기부하는 사람 중엔 미야코노조시가 고향인 사람이 많나.

“이름은 ‘고향 납세’지만 기부하는 분들은 미야코노조시가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답례품 때문에 기부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웃음).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고향 출신이 기부하는 경우는 10% 미만으로 안다.”

-다른 지자체 특산품도 많을 텐데 기부금 1위를 차지한 특별한 홍보 전략이 있나.

“그렇다. 홍보의 기본은 주요 타깃부터 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도시 기부자’를 홍보 타깃으로 삼았다. 도심부 모노레일에 광고를 집중해 붙이거나, 열차 전체를 래핑하는 광고를 했다. 대도시 중심가에서 우리 고장 고기와 술을 맛보게 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물론 온라인 광고와 신문 지면 광고도 병행했다. 특히 광고대행사를 통해 ‘기부자들이 어떻게 미야코노조시 고향 납세 정보를 얻는지’ ‘답례품 만족도는 어떤지’ ‘온라인 광고 노출의 효과는 어떤지’ 분석해 효율적인 광고 전략을 연구했다. 이와는 별개로 미야코노조시 사업자 170여 명이 모여 ‘미야코노조시 고향납세진흥협의회’를 꾸리고, 고객 만족도 향상과 효율적 광고 방식 등도 논의하고 있다.”

고향납세 1위 지자체 미야코노조시 이케다 다까히사 시장. /주완중 기자

-최근엔 ‘미트 티켓(meat ticket·미야코노조시의 관광 상품권)’도 인기라고 하던데.

“그렇다. 2017년부터 시작했다. 답례품을 택배로 전달하면 지역 방문까지 연계되긴 어렵다. 그래서 우리 시는 여행사와 제휴해 3000엔짜리 미야코노조시 여행 상품을 마련하는 식으로 고기와 술을 맛보는 관광 상품권을 개발했다. 여행 상품이나 지역 숙박권 등을 답례품으로 주기도 한다.”

-기부금으로 마련한 재원은 어디에 쓰이나.

“고향 납세 기부로 올해 시 예산 968억5000만엔 가운데 141억엔(14.6%)을 충당한다. 기부할 때 ‘고령자 지원’ ‘육아 지원’ ‘환경·삼림 보전’ 등 기부금 용도를 지정할 수 있는데, 이렇게 지정된 기부금을 활용해 ‘만 6세까지 보육료 무료화’ ‘중학생까지 의료비 무료화’ ‘임산부 검진 비용 무료화’ 등 세 가지 완전 무료화 정책을 쓸 수 있었다. 문 닫았던 낡은 지역 백화점을 미술관·영화관과 육아센터까지 갖춘 지역 커뮤니티센터 ‘마루마루(Mallmall)’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것도 기부금 역할이 컸다.”

-기부금 덕분에 젊은 부부 전입이 많아졌다고 들었다.

“그렇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2014년 5명뿐이던 전입자가 올해는 7월까지 211가구 439명으로 늘었다. 특히 전입 가구 중 20~30대가 130가구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고향 납세란 미야코노조시에 어떤 의미인가.

“‘일석사조(一石四鳥)’다. 우리 고장을 전국에 알리는 홍보 효과,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시의 재정 확충에 더해 지역민과 시 공무원들의 자부심까지 끌어올리는 네 가지 효과를 얻었다.”

-이제 막 고향사랑기부제를 시작한 한국 지자체에 조언한다면?

“고향사랑기부제의 궁극적 목적을 ‘돈(기부금) 모으기’로 생각하면 안 된다. 해당 지자체를 전국에 잘 알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여겨야 한다. 그래야 그 지역에 대해 떠올리며 답례품도 사게 되고, 해당 지역에 관광객도 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