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사와 구글·넷플릭스 등 빅 테크 간에 ‘망 사용료’를 둘러싼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SK텔레콤과 넷플릭스가 소송까지 벌이다 최근 합의로 마무리된 망 사용료 논쟁이 유럽으로 옮겨 붙은 양상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BT(영국)·도이체텔레콤(독일)·텔레포니카(스페인) 등 유럽 내 통신사 20곳의 대표들은 “빅 테크 기업들이 ‘공정한 망 사용료’를 내도록 규제해야 한다”며 공동 서한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 의회에 보내기로 했다. 구글·넷플릭스 등 빅 테크들이 통신사가 제공하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가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통신사들은 서한에서 “미래 투자는 심각한 부담에 놓여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며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들이 망 인프라에 공정하고, 비례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 트래픽은 매년 20~30%가량 증가하는데, 이는 ‘손에 꼽히는’ 소수의 빅 테크들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빅 테크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사실상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빅 테크들은 해저 케이블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이미 네트워크 인프라에 투자해 오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통신사들은 빅 테크의 콘텐츠와 서비스 덕분에 성장했는데도 도리어 돈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빅 테크가 지급할 망 사용료는 소비자 구독료부터 나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비용을 두 번 내는 셈”이라고 반발한다.

현재 EU 집행위원회는 대규모 트래픽을 일으키는 빅 테크에 망 사용료를 더 부과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은 “연간 트래픽 발생량의 5% 이상을 차지하는 6~8개 주요 빅 테크 기업들에만 사용료를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