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최근 은행권의 과도한 예금 금리 경쟁에 대해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의 대출 이자 부담을 높일 것’이라며 경쟁 자제를 주문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언급하며 ‘은행의 종 노릇’이라는 표현을 쓴 데 이어, 이 원장도 나서서 취약 계층의 금융 비용 증가를 우려한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 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의 수신(예금) 경쟁 심화는 대출 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신 금리 등 과당 경쟁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금융사) 경영진 면담으로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 경쟁이 완화되지 않으면, 금융사 CEO(최고경영자)에게까지 직접 경고를 주겠다는 뜻이다.

최근 은행권에선 연 10%대의 적금이 등장하는 등 예금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작년 9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자,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리면서 은행들은 고금리 특판 예금을 쏟아냈고,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쏠렸다. 그런데 이 물량이 올 4분기(10~12월)에 대거 만기를 맞는다. 금융사들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에까지 영향을 미쳐 서민층을 허덕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셨다”고 말했고, 지난 1일에는 “은행은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