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이동통신 매출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클라우드·데이터 센터와 같은 비(非)통신 사업 매출이 최대 38%(3분기 기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재 한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에서 직원들이 장비 점검을 하는 모습. /KT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최근 공개한 올 3분기 경영 실적에서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인 사업 분야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와 클라우드(가상 서버) 부문이었다. IDC란 기업들의 데이터를 저장·관리해주는 ‘데이터 은행’ 역할을 해주는 시설이고, 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과 같은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소프트웨어 등 인프라를 제공하는 가상 온라인 공간을 가리킨다.

그동안 휴대전화 서비스가 본업인 통신 3사는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세 둔화, 통신비 인하 압박 등 때문에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기 위해 비(非)통신 영역에 계속 진출해왔다. 그런데 최근 AI 시대와 함께 디지털 전환(DX)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비통신 영역 중에서도 IDC·클라우드 사업이 30%대 넘는 고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캐시카우’인 이동통신 매출이 연간 1~3% 성장하는 데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비율은 3% 미만이지만, 통신사들은 이 같은 비통신 영역 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해 관련 투자를 늘리는 등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이통 매출 성장 2~3%인 반면, IDC 등은 30%대

통신 3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올 3분기 이동통신 매출은 2조6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났다. 같은 기간 KT(1조7081억원)와 LG유플러스(1조5870억원) 역시 각각 1.6%과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간 1~2%대 완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통신사의 비통신 사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IDC는 최대 30%대 ‘고성장’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경기 성남시에 IDC ‘분당2센터’를 개소했는데, 지난 2분기(4~6월) IDC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2% 늘어난 49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는 53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2.5% 성장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도 데이터 센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2% 늘어난 827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경기 안양에 20만대 이상 서버(고성능 컴퓨터)를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IDC를 포함해 총 6곳의 IDC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다 지난달 경기 안양시에 두 번째 초대형 데이터 센터가 지어져 내년 개소를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새로운 데이터 센터가 지어진 지 한 달 만에 12개 전산실의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고 했다.

최근 정부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면서 클라우드 사업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KT는 기업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늘고, AI 등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부담이 커질 것을 예상해, 지난해 4월 KT클라우드를 독립 출범시킨 상태다. KT클라우드는 올해 3분기 매출 193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대비 34.5% 늘어난 셈이다.

◇통신 3사 “가능성 보인다” 투자 늘려

비통신 사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통신사들은 관련 투자도 늘리고 있다. SK텔레콤의 유선 사업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현재 경기 양주시에 일곱 번째 IDC를 짓고 있다. 지난달 두 번째 초대형 IDC를 준공한 LG유플러스도 2027년쯤 새로운 IDC를 오픈할 계획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챗GPT의 등장 이후 전 세계적으로 AI 서비스 경쟁이 불붙으면서, AI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할 IDC를 찾는 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2000년대쯤 IDC 사업을 시작해 이미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통신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충분한 것”이라고 했다.

KT클라우드는 출범 1년 만에 기업 가치를 4조원대로 인정받아 지난 5월 6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한전KDN과 에너지 클라우드 사업 협력에 나서는 등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협력해 자사 클라우드에 ‘AI 풀 스택(반도체+소프트웨어+서비스)’을 제공하는 등 사업도 키워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