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이 신규 대출을 크게 줄이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급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됐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저신용자들이 연간 수백~수천%의 이자를 요구하는 불법 사금융에 손대며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22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위 69개 대부업체의 지난 9월 신규 대출액은 834억원으로, 지난해 9월(2420억원)보다 66% 급감했다. 저축은행들도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을 줄이는 추세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산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올 상반기 저신용자(신용점수 하위 20%) 대출 신규 취급액은 총 1조3947억원이다. 지난해 전체(4조1901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제도권 대출이 막히면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및 상담 건수는 678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5037건)보다 35% 늘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2459건)의 2.8배에 달한다.

대부업체들은 “금리 상승으로 조달 금리는 높아졌는데, 법정(法定) 최고금리가 너무 낮아서 대출을 해봤자 손해를 보기 때문에 신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예금을 받을 수 없는 대부업체들은 주로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회사에서 빌린 돈으로 대출을 해준다. 그런데 고금리 때문에 대부업체의 차입금리가 연 10%안팎으로 높아졌는데, 최고 금리는 2021년 7월부터 연 20%로 묶여 있어 연체율 등을 감안하면 수지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들도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있다. 시민단체인 ‘금융 소외와 불법 사금융 없는 세상 만들기’ 박덕배 대표(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는 “2019~2022년 사이 대부업 이용자가 120만명 줄었는데 이 중 80%인 97만명 정도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최고 금리 현실화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