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모습. /연합뉴스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NH농협은행이 ELS 상품 전면 판매 중단에 나섰다. 은행권에서 ELS 판매 중단 조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NH농협은행은 전국 각 지점에서 ELS 판매를 최근 중단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주가연계 파생상품 중에는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주가 폭락으로 손실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원금 손실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품은 지난달부터 지점 판매리스트에서 아예 빼기로 했다”고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로, 상품 구조와 현재 주가수준을 감안했을 때 현재 상태로는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판매 잔액을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고,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ELS 기초자산 중 하나로 각광받았던 홍콩H지수 폭락세가 계속되자, 신한은행도 작년 말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ELS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감독 당국은 은행과 증권 등 판매 채널에 대한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손실 가능성과 홍콩H지수의 변동성 등을 제대로 알리고 설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뒤늦은 판매 중단 조치는,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은행이 ‘꼬리 자르기’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기존 판매분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파헤쳐 피해자들에게 신속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H지수는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까지 올랐다가 현재 50% 수준인 60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개별 상품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내년 상반기에 주가지수가 지금보다 20~30% 이상 반등하지 않는다면 주가 하락폭만큼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