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요 손상화폐 교환 사례. 불에 타거나 습기로 훼손된 모습이다. /뉴스1

지난해 훼손되거나 오염된 화폐 약 3조9000억 원 어치가 폐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낱장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무려 16배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2023년 한 해 동안 폐기한 손상화폐가 4억8385만장으로 액면가는 3조8803억 원 규모라고 24일 밝혔다. 전년도의 4억1268만장(2조6414억원) 대비 7117만장(17.2%) 증가한 수치다. 종류별로 보면 지폐가 만원권(55.6%)과 천원권(33.6%)을 중심으로 4억2732만장(3조8724억원), 주화가 100원화(60%)와 10원화(17.3%) 위주로 5653만장(79억원)이다.

폐기 화폐 물량을 실감할 수 있도록 비교해 보면, 모두를 낱장으로 이어 붙인 총길이는 6만2872㎞다. 경부고속도로(415㎞)를 약 76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위로 차곡차곡 쌓은 높이는 14만159m로 에베레스트산(8849m)의 16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35배에 해당한다.

폐기 규모가 증가한 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 대면 상거래 회복과 함께 화폐 유통 자체가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커져 환수 금액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2009년 6월 최초 발행된 오만원권의 수명이 점차 끝나가면서 손상권이 더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오만원권의 유통 수명을 15년 내외로 보고 있다.

한편 한은은 화재 등으로 은행권이 손상돼 사용할 수 없게 됐을 때,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을 교환해 준다. 동전은 일반적인 경우 액면금액으로 바꿔 주지만 모양을 알아보기 어렵거나 진위 판결이 힘들 경우 교환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