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오모(39)씨는 퇴근하면서 집 근처 편의점에 들를 때가 많다. 편의점에서는 ‘1+1′ 행사를 할 때가 많고, 특정 신용카드를 쓰면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자주 하기 때문이다. 평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거의 가지 않고, 주로 인터넷 쇼핑을 한다. 오씨는 “생필품이나 식자재, 가전, 가구 등을 살 때는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편의점 외에는 오프라인 쇼핑을 잘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로 내수 둔화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 중 편의점만 ‘나홀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번에 큰 돈이 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고, 필요한 제품만 소량으로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진열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뉴스1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과 지난해 편의점 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각각 10.8%, 8.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각각 6.0%, 3.7%)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였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증가율 3.7%)은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편의점을 제외한 다른 유통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백화점의 경우,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영향으로 2022년에는 15.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2%로 크게 둔화됐다. 대형마트는 2022년 매출이 7.6%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오프라인 중 편의점 매출만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소비 경기가 미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 구조적 요인으로 편의점 매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 등으로 절약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편의점 매출 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전년동월 대비)이 각각 8.7%, 7.5%를 기록하며, 소비심리가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7~11월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내수 회복 진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 고용시장 둔화 조짐 그리고 여타 증시에 비해 반등세가 미약한 국내 증시 흐름 등은 소비경기 반등을 제약할 여지가 있다”며 “수출 경기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투자 및 소비 등 내수 경기의 부진은 국내 경기 회복 흐름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