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 중인 모습. /뉴시스

금융 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들에 대한 2차 현장 검사에 들어간다. 홍콩H지수 ELS는 올 들어 한 달여 만에 손실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섰다.

1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부터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에 대한 2차 현장 검사에 나선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투자·신한투자 등 증권사 6곳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달부터 진행한 1차 현장 검사에서 파악한 불완전 판매 사례 유형을 점검하고, 추가 문제점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1차 검사에선 은행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 보험금 등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을 유도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 중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모두 9733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고객이 돌려받은 돈은 4512억원에 불과해 평균 손실률이 54%, 손실액은 5221억원에 달했다. 올해 전체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어치의 홍콩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홍콩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올 한 해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ELS가 대량으로 판매된 2021년 상반기 홍콩H지수는 1만~1만2000대에서 움직였지만, 현재는 절반 가까운 530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도 전면 재검토한다. ‘전면 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ELS 등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상품 관련 규제를 원점에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판매 채널을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지, 파생상품 한도를 축소할 것인지, 결재 단계를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을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