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2022년 3월 16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로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고 있다. 2022.3.16/뉴스1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국내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주주 몫으로 돌려주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2013~2022년 10년간 한국의 평균 주주 환원율은 29%였다. 주주 환원율이란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더 많이 나눠준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주주 환원율은 92%에 달했고,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이 68%, 중국도 32%였다.

외국에 비해 낮은 주주 환원율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가치 저평가)’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1월 말 기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9배로 미국(4.6배)은 물론, 대만(2.1배)이나 일본(2.0배), 중국(1.2배)보다 낮다. PBR은 시가총액(시장가치)을 순자산(장부상 가치)으로 나눈 값이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현재 기업의 주가가 당장 모든 자산을 처분해 주식 수대로 나눠 가졌을 때보다도 못할 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에게 제대로 이익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투자를 꺼리고, 이 때문에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 저평가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날 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까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 증시의 활력이 떨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31조원가량을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은 1679억달러(약 224조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일 “기업의 의견과 수용 가능성 등을 논의하면서 접촉하고 있다”면서 “거래소의 준비 상황 등을 감안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시행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