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뉴시스

작년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이 전년 말보다 줄어 19년 만에 감소했다. 고금리가 이어지자 기업이 빚을 갚는 등 부채를 줄이는 데 예금을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기업 체감 경기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은 637조50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8260억원(0.9%) 줄었다. 기업의 원화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기업 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4년과 지난해뿐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기 예·적금 만기 때 재예치보다 대출 상환, 현금 유동성 확보 등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2월 기업 체감 경기는 전달보다 나빠졌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한 68을 기록했다. 2020년 9월(64)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기업의 경기 인식을 조사한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제조업 업황 BSI(70)는 전달보다 1포인트 내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하락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좋았지만, 내수 부진이 이어진 영향”이라고 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67)는 전달과 같았지만, 건설업은 7포인트나 떨어졌다. 부동산 PF 부실 사태로 인한 자금 조달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진 영향 등이 컸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