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약 9년 4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承志園)’에서 이재용 회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승지원은 삼성그룹의 영빈관이다.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거처였던 승지원을 이건희 선대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했다. 창업 회장의 뜻을 이어받았다는 취지(승지·承志)로 이름 붙였다. 이후 삼성의 핵심 의사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2019년 6월 26일 오후 서울 이태원 승지원 앞마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일행을 맞이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이재용 회장도 국내외 주요 인사와 만날 때 승지원을 사용하고 있다. 2019년 6월 이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승지원에서 별도 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일본 내 주요 협력사 모임인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을 승지원에 초청했다. 승지원의 연면적은 610㎡(약 185평)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는 171억7000만원이다.

이 회장은 승지원에서 저커버그 CEO와 아내 프리실라 챈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만찬 참석자는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 부부까지 3명으로, 이들 외에 다른 임원은 배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만찬 회동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동에서 저커버그 CEO와 이 회장은 AI 반도체와 XR 사업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2위인 만큼 메타가 개발 중인 차세대 언어모델(LLM) ‘라마 3′ 구동에 필요한 AI칩 생산과 관련된 협력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미국 하버드대 동문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 별세 시 저커버그 CEO가 추모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 회동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저커버그 CEO는 이날 첫 일정으로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 임원진과 만나 XR과 AI 분야 등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권봉석 LG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조주완 CEO,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이 자리했다. 이들은 ‘비빔밥 오찬’을 함께 하며 차세대 XR 디바이스 협업 방향과 AI 개발을 둘러싼 미래 협업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저커버그 CEO는 2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AI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뒤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