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1호, 3호 터널의 외곽(강남)방향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는 첫날인 15일 서울 중구 남산3호 터널 요금소에 혼잡통행료 징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도심방향은 기존과 같이 2000원의 혼잡통행료를 징수한다. /남강호 기자

정부는 최근 세금과 별개로 국민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을 대거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부담금은 공익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960년대 이전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돈이 빠져나가는지도 모른 채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 준(準)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전체 부담금 91개 중 올해에만 22개를 없애고, 14개는 감면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부담금 제도 전면 개편을 지시한 이후, 정부는 절반에 가까운 부담금을 폐지와 감면 후보로 올려놨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개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발로 그대로 두는 걸로 결정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남산1·3호 터널 ‘혼잡 통행료’입니다. 서울시는 1996년 11월부터 서울 중구 도심과 용산·강남 방향을 연결하는 남산1·3호 터널에서 차량이 지날 때 양방향에서 2000원씩 받아왔습니다.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러다 지난 1월 15일부터는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에만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통행료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시민 불만이 늘자 ‘편도’만 돈을 받기로 한 것이죠.

서울시 등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지난 2월 서울시에 도심 방향 통행료도 없애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문의했다고 합니다. 서울에 교통이 혼잡한 곳이 남산터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이 느끼는 통행료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등을 폐지 근거로 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답변은 ‘노(No)’였습니다. 한쪽 통행료를 없앤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면 폐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이유였죠. 남산터널 통행료 폐지는 결국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 사례는 정부가 얼마나 많은 부담금 폐지까지 고심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부담금 개수를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환경보호, 도심 혼잡 완화 등을 위한 부담금은 새로 만들어도 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별 효과 없이 국민 부담만 늘리는 부담금은 과감히 폐지하고, 꼭 필요한 것만 제대로 운영하자는 기조가 이 참에 확실히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