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한 채만 가진 사람이 인구감소지역에서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을 한 채 더 사도 ‘1주택자’로 간주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생활 인구 확대를 위해 인구감소지역 내 ‘세컨드 홈(second home)’을 취득하더라도 1세대 1주택 세제 혜택을 유지할 것”이라며 “3종 프로젝트를 추진해 인구감소지역을 ‘머무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인구감소지역 83곳, ‘세컨드 홈’ 세제 혜택

세컨드 홈 세제 특례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83곳이다.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경기 가평군 등 수도권·광역시에 속한 6곳은 부동산 투기 우려로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접경 지역인 인천 강화군·옹진군과 경기 연천군, 대구 군위군은 수도권·광역시에 속하지만 세제 특례 대상에 포함됐다.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공시가격 4억원 이하로 정해졌다. 공시가격 4억원이면 실제 매매가격은 6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특례 지역 내 대부분의 집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례 지역 내에 집을 새로 짓는 사람도 공시가 4억원 이하로 인정을 받으면 세제 특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제 특례는 1주택자만 받을 수 있다. 이미 2주택인 사람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기존 보유 주택이 특례 지역에 있는 경우, 같은 지역에 또 한 채를 사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른 특례 지역에 있는 집을 사야 한다.

◇세금 부담, 최대 수천만원 줄어

세컨드 홈의 세금 감면 효과는 얼마나 될까. 현재 공시가격 9억원인 집을 갖고 있는 A씨가 특례 지역에 있는 공시가격 4억원짜리 주택을 샀다고 가정하자. 세제 혜택이 없을 경우 A씨는 기존 주택 재산세가 135만원에서 229만원으로 94만원 오른다. 1주택자에게 주어지는 재산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1주택자 대우를 받으면 기존 주택 재산세가 135만원으로 유지된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다주택자는 기본공제를 9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지만 1주택자는 12억원까지 적용된다. A씨는 보유 주택 총 13억원(9억원+4억원) 중 12억원을 초과하는 1억원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내면 된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한 6000만원이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이다. A씨가 만 65세 이상이고 기존 주택을 30년 이상 보유·거주했을 경우, 세액공제가 80%까지 적용돼 종부세를 4만원(농어촌특별세 제외)만 내면 된다. 2주택자라면 원래 75만원을 내야 하지만 1주택자로 간주되면서 세금이 71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기존 주택을 팔 때 양도소득세도 크게 아낄 수 있다. 집을 9억원에 사서 13억원에 판다고 할 때 ‘2주택자’로 계산하면 8551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1주택자로 간주할 경우 비과세 한도 12억원과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80%)를 적용받아 22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8529만원을 적게 내는 셈이다.

그래픽=김현국

◇거대 야당도 ‘세컨드 홈’ 공약

정부는 세컨드 홈에 대한 세제 혜택을 올해 과세분부터 적용하기 위해 이달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오는 6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재산세는 지방세법 시행령을 고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반면 종부세와 양도세는 조특법 개정 사항이어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민주당도 세컨드 홈 지원이 필요하다는 당론을 갖고 있어서 법 개정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주택자가 농산어촌 소멸 지역에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의 세컨드 홈 대책과 민주당의 생각이 큰 그림에서는 다른 부분이 거의 없다”며 “다만 세제 특례를 적용 받는 지역이나 주택 공시가격 등에서 일부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충분히 협의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방문하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소규모 관광 단지를 도입하기로 했다. 충북 제천시·단양군, 경남 남해군·하동군 등 7개 시군 10개 사업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소규모 관광 단지 우선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5만∼30만㎡ 규모도 관광 단지로 지정할 수 있게 요건을 완화한다. 또 정부는 지역 수요와 특성에 맞춘 지역 특화형 비자를 발급하고, 쿼터 확대를 통해 지역 산업 인력 및 정주 인구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