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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에서 5세·3세 두 자녀를 키우는 박모(35)씨는 아이 돌보미 비용 부담으로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모두 아이를 봐줄 여건이 안 돼 월 250만원가량의 아이 돌보미 비용을 지출하느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월급이 500만원 정도인데 세금과 카드 값 등이 빠져나가고 들어오는 돈이 모조리 ‘이모님’에게 나간다”며 “이모님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 값이 많이 나오는 달엔 통장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했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미 아이를 낳은 ‘일하는 엄마’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보육’이다. 특히 친할머니나 외할머니 찬스를 쓸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월 200만~300만원을 들여 아이 돌보미를 쓰는데, 이 비용은 한 푼도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보육 관련 세제 지원은 어린이집 보육료 세액공제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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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보모 비용까지 세액공제 혜택

저출생 위기와 전쟁을 벌이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일하는 엄마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으로 주목받는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맞벌이 부부가 만 6세 미만 자녀를 위해 보육 시설을 이용하거나 보모(아이 돌보미)를 고용할 경우 비용의 50%를 세액공제(최대 1750유로·약 258만원)해준다. 2005년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임금과 물가 상승률에 맞춰 한도도 점차 늘리고 있다.

프랑스는 보모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액이 실제 내야 할 전체 세금보다 많을 경우 거꾸로 이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준다. 예컨대 납부해야 할 소득세가 1500유로인 사람이 보모 비용으로 3500유로를 썼다면 절반인 1750유로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차액인 250유로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후 복직 보장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이나 비혼 출산 지원 정책 못지않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프랑스의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프랑스가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공했던 초기에는 상당한 재정 부담이 됐지만, 보모 고용이 활성화되고 출산율이 회복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세금도 확충됐다”고 했다. 1993년 1.66명까지 떨어졌던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2008년 1.99명까지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1.79명으로 유럽연합(EU) 회원 27국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일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지만, 프랑스 같은 아이 돌보미 지원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5.6%로 20년 전(49.1%)에 비해 5%포인트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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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가족 친화적으로 세제 바꿔야

싱가포르도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마련한 국가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지난 2004년 ‘직장 여성 자녀 공제’를 도입했다. 일하는 엄마의 경우 자녀 수에 따라 8000~1만2000싱가포르달러(약 807만~1211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엄마는 집에서 자녀를 돌보고 아빠만 일하는 경우에 비해 파격적인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또 싱가포르는 자녀가 태어날 때마다 일정액의 세금을 환급해준다. 환급액은 첫째는 5000싱가포르달러, 둘째는 1만싱가포르달러, 셋째 이상은 2만싱가포르달러다.

전문가들은 출산·육아의 중심인 20~40대 가구가 체감할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 위주로 세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까진 세제 조건 등을 ‘미세 조정’하는 식으로 제도를 고쳐왔는데, 이러한 누더기식 개편은 한계가 있다”며 “세제를 좀 더 단순화하고, 다자녀 특례를 두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2022년 기준 33.6%)을 대폭 낮춰 과세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정부도 올해 하반기 세제 개편안에 가족 친화적 개편안을 반영하는 방안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모 급여 같은 현금 지원과 인적 공제 같은 세금 공제를 다 늘리면 ‘건전 재정’과 상충되는 면도 있는 만큼, 최적의 조합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