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PB(자체 브랜드) 상품 후기를 작성하는 데 임직원들을 동원하도록 결정한 내부 의사 결정 조직에 김범석 창업자가 속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창업자가 이 조직에 속해있긴 하지만, 임직원 동원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해 김씨를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에게 제품 후기를 작성시키는 방식으로 PB 상품에 특혜를 준 혐의로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쿠팡 법인을 검찰에 형사 고발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의 임직원들을 후기 작성에 동원하기로 결정한 주체는 내부 조직인 CLT(Coupang Leadership Team)였다. 이 조직의 결정으로 쿠팡 임직원 2000여 명이 PB 상품에 후기 7만여 개를 작성해 검색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공정위가 입수한 쿠팡의 ‘내부 용어집 자료(영문)’에는 ‘CLT가 쿠팡의 운영위원회로, Bom과 그의 직접 보좌역, 핵심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돼 있다. Bom은 김 창업자의 영어 이름(Kim Bom)이다. 업계에선 그를 ‘Bom’으로 부른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임직원 동원 결정’을 내린 CLT의 구성원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증거 부족으로 김 창업자를 형사 고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CLT 안에서 김 창업자가 해당 결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회의록이나 진술 등이 나와야 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중요한 의사 결정이 창업자 모르게 이뤄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CLT는 공개적인 안건을 논의하는 이사회보다 좀 더 내밀한 결정을 내리는 쿠팡의 핵심적인 의사 결정 기구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 정도의 직급은 돼야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의 직접 관여 여부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쿠팡 법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