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4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평가 대상 67국 중 20위로, 작년(28위)보다 8계단 올랐다고 기획재정부가 18일 밝혔다. 1997년 한국이 평가 대상에 포함된 이래 가장 높은 순위다. 국내 기업이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경영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물가와 조세 부담 등 객관적 지표 일부는 작년보다 악화됐다.

한국은 ‘30-50 클럽(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7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를 했고, 인구 2000만명 이상 30국 중에서는 7위에 올랐다.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래픽=양인성

1989년부터 발표된 IMD 국가 경쟁력 순위는 경제 성과·정부 효율성·기업 효율성·인프라 등 4개 분야의 20부문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순위는 총 336개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로 결정되는데, 그 가운데 244개는 통계 등 객관적인 지표다. 나머지 92개는 해당 국가 기업인들에 대한 설문 조사로 이뤄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순위가 오른 것은 정부·기업 효율성이나 인프라 등 ‘기업 하는 환경’에 대한 국내 기업 설문 조사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 상승률과 조세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등 일부 지표가 악화해 순위 상승 폭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분야별로 보면 한국의 ‘기업 효율성’ 순위는 작년 33위에서 올해 23위로 순위가 10계단이나 올랐다. 인프라는 16위에서 11위로 5계단 상승했다.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원들의 근로 의욕’ ‘유통 인프라 확충 수준’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 것이 순위를 끌어올렸다.

반면 경제 성과(14→16위), 정부 효율성(38→39위) 분야 순위는 소폭 떨어졌다. 국제 무역(42→47위), 조세 정책(26→34위) 등 세부 항목 순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조세정책 부문은 개인과 기업이 부담하는 조세 수준이 높을수록 순위가 떨어진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세부 항목에서 한국 순위는 67국 중 58위였다. 기업들의 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그만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국가 경쟁력 1위는 싱가포르가 차지했다. 이어 스위스, 덴마크, 아일랜드, 홍콩의 순이었다. 미국은 12위, 중국은 14위였다. 미·중 간 격차는 작년 12계단에서 올해 2계단으로 좁아졌다.

유럽 국가 중 독일(24위), 영국(28위) 등은 우리보다 순위가 낮았다. 특히 우리나라가 독일을 앞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평가를 참조해 종합적인 국가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