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혼 특별 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이르면 올해분 연말정산부터 결혼한 부부에게 100만~200만원 안팎을 돌려주기로 했다. 만 8~20세 자녀를 둔 가구를 대상으로 한 자녀 세액공제 규모도 자녀 1인당 10만원씩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 최악 수준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줄이는 등 가족 친화적인 세제를 마련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결혼 장려 차원에서 결혼 특별 세액공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국회 차원의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결혼한 연도 귀속분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 일정 금액의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대전시가 올해부터 신혼 부부에게 최대 500만원의 결혼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국의 모든 신혼 부부에게 세액공제 형태로 결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미로센터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안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올해 결혼한 근로소득자는 내년 초 연말정산 때, 자영업자는 내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낮춰주는 소득공제와 달리 세액공제는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라 세금 경감 효과가 크다.

기재부는 다음 달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때 세액공제 금액 등 세부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는데,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100만원씩 공제해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100만원 규모의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출산율을 높인다는 취지에 맞춰 연령 제한을 둘지, 초혼(初婚) 부부만 대상으로 할지 등은 논의를 거쳐 세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연 소득을 줄여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낮춰주는 소득공제와 달리 세액공제는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라 세 부담 완화 효과가 더 크다. 출산율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에 맞춰 연령 제한을 둘지, 초혼(初婚) 부부만 대상으로 할지 등도 세부 협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세 자녀 가구 30만원 더 돌려받는다

정부는 또 자녀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 공제 혜택을 주기 위해 자녀 세액공제 금액을 늘리기로 했다. 자녀 세액공제는 만 8세 이상 20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해 첫째 기준 연 15만원 둘째는 20만원, 셋째 이상은 1인당 30만원을 깎아주는 제도다. 자녀가 둘인 경우 35만원, 셋인 경우 65만원, 넷은 95만원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다. 만 7세 이하는 아동수당을 받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득세법 개정을 거쳐 첫째는 연 25만원, 둘째는 30만원, 셋째 이상은 40만원으로 공제액을 10만원씩 높이기로 했다. 이 경우 2자녀 가구는 55만원으로 종전보다 20만원, 세 자녀 가구는 현행보다 30만원 많은 95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결혼 특별 세액공제와 마찬가지로 소득세법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 올해 귀속분 연말정산부터 환급 규모를 늘리는 게 정부 목표다.

◇일시 2주택 부부 양도세 감면 기간 2배로

이번 대책은 결혼에 따라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된 부부들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각각 1주택을 보유한 채 결혼한 부부는 1세대 2주택자가 된다. 1주택자 땐 12억원 초과 주택을 팔 경우에만 양도소득세를 냈는데 2주택자의 경우 12억원 이하 주택을 팔아도 세금을 물어야 한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은 결혼에 따라 2주택이 된 경우 결혼 후 5년 동안은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12억원 초과분만 양도세를 물도록 하고 있는데, 이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내 시행령을 고쳐 내년 1월 1일 양도분부터 새 기준이 적용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년 들어 결혼 6년차에 접어드는 2주택 부부가 시가 11억원인 한 주택을 차익을 남기고 팔 경우 종전 규정대로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기준이 10년으로 바뀔 경우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집을 팔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도 양도소득세와 마찬가지로 1주택자로 간주하는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공시가격 10억원(시세 약 14억5000만원) 아파트를 갖고 있던 남자와 11억원(시세 약 15억9000만원) 아파트를 보유한 여성이 결혼한 경우 결혼 전에는 모두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 아니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물리기 때문이다.

◇종부세 ‘1인당 12억 공제’도 10년간 적용

하지만 이들이 결혼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1인당 기본공제액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들어 부부가 각자 갖고 있던 아파트에 대해 모두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오게 된다. 다만 현행 종부세법 시행령은 이런 경우 결혼 후 5년 동안은 부부 각자를 1세대 1주택자로 간주하고 모두 12억원 이하인 두 아파트에 대해 종부세를 물리지 않는다. 이 기간을 내년 귀속분 종부세를 매길 때부터 10년으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종부세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내년 6월 1일 기준으로 혼인 신고를 한 지 6년이 지난 부부도 종전대로면 1주택 혜택을 못 받지만,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1주택자처럼 12억원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최대 80%의 고령자·장기보유 특별공제도 결혼 후 5년 동안만 받을 수 있었는데, 이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