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CI. /HD현대 제공

STX중공업이 법정관리를 졸업한지 5년 만에 HD현대 그룹에 안길 수 있을지 여부가 다음주 결정된다. HD현대 그룹의 STX 중공업 인수가 허가되면 선박 엔진 시장에서 HD현대 그룹과 한화 그룹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7월 3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HD현대 그룹 소속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인수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작년 7월 HD한국조선해양은 사모펀드인 파인트리파트너스와 STX중공업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약 652만주 및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 약 536만주 인수를 통해 STX중공업 지분 35%를 확보했다. 이후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STX중공업은 지난 2014년 STX 그룹 해체 이후 2016년 법정관리(기업회생)에 들어갔다가 2019년에 졸업했다. 이번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법정관리 졸업 후 5년 만에 HD현대 그룹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이 경우 선박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HD한국조선해양과 2위인 한화엔진(옛 HSD엔진) 사이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업결합 승인 권한을 쥔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결합으로 선박 엔진 시장의 독과점 가능성이 증가하는지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선박엔진 시장에서 점유율이 35% 정도로 1위다. 이어 한화엔진(약 20%), STX중공업(약 5%) 등 순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이 합치면 점유율이 40% 안팎 수준으로 커지는 것이다.

엔진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 시장에선 HD현대 그룹 측의 우위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랭크 샤프트(엔진 내 피스톤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부품)는 엔진 제작에 필수적인데, 이번 결합이 성사되면 이 부품 시장에서 HD현대 측의 점유율이 과반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HD현대 측이 시장 지배력을 토대로 부품 가격과 공급량을 조절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기업 결합 자체를 불허하는 결정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된 시장인 엔진 시장에서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것은 아니고, 한화엔진이 주요한 경쟁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HD한국조선해양 측이 엔진 부품 시장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업 결합을 허가하는, 일종의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