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 중반으로 떨어져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보였다. 다만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농산물 물가는 9달째 두 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3.84(2020년을 100으로 본 상대적 지수)으로 작년 6월 대비 2.4% 올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참외를 고르고 있다. /뉴스1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지난달 물가 오름폭은 작년 7월(2.4%) 이후 가장 낮고, 6월 기준으로는 2021년(2.3%) 이후 3년 만에 최소다. 3월만 해도 3.1%였던 물가 상승률은 양배추와 풋고추, 양파 등 채소류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4월(2.9%)부터 지난달까지 3달 연속 둔화됐다.

다만 이상 기후와 병충해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배(139.6%)와 사과(63.1%) 등 과일 물가가 30% 넘게 뛰는 ‘금(金)과일’ 현상이 지난달에도 이어졌다. 이에 6월 농산물 물가 상승폭은 13.3%로 집계돼, 작년 10월(14.7%)부터 9달 연속 두 자리 수 상승률을 보였다. 수산물(0.5%)과 축산물(-0.8%)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김이 28.6%나 상승해 1987년 12월(34.6%) 이후 36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 원재료인 원초를 주로 생산하는 일본과 중국에서 원초 흉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산 김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시적 요인에 따른 가격 등락폭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채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집계한 근원물가 지수는 지난달 110.95로 1년새 2.2% 올랐다. 상승폭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에 근접, 2년 전 5.1%, 작년 3.6%였던 연간 물가 상승률이 올해는 정부 목표(2.6%)대로 2%%대 중반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수는 유가다. 한달 전부터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의 지난달 상승폭이 4.3%로 2022년 12월(6.3%)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가 이달 들어 세수 확보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한 점도 물가 상승세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부터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를 L당 615원에서 656원으로 41원, 경유는 369원에서 407원으로 38원 올렸다.

한동안 오름세가 꺾이던 외식 물가도 7개월 만에 다시 가팔라졌다. 6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로 집계됐다. 작년 12월(4.4%)부터 올해 5월(2.8%)까지 6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다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떡볶이(5.9%), 도시락(5.3%) 김밥(5.2%) 비빔밥(4.9%) 치킨(4.9%) 칼국수(4.7%) 구내식당 식사비(4.3%) 김치찌개 백반(4.1%) 쌀국수(4%) 냉면(3.8%) 자장면(3.6%) 설렁탕(3.5%) 등 사람들이 즐겨 먹는 품목을 중심으로 외식 물가가 상승세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