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백형선

일부 국내 의사들이 해외 원정 진료로 번 돈에 대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과세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일 해외에서 올린 수익을 은폐하거나 국적을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한 역외탈세 혐의자 41명을 적발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탈세 혐의자 중 한 명인 성형외과 의사 A씨는 2022~2023년 무렵 동남아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보며 수십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진료를 ‘현지 병원 세미나’로 위장해 영업 사실을 숨겼다. 진료비는 차명계좌를 통해 가상 화폐로 챙겨 공식적인 매출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가상 화폐를 돈으로 바꾸는 방법도 치밀했다.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가상 화폐를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판 뒤, 그 대금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백회에 걸쳐 현금 인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A씨처럼 해외 원정 진료를 통해 탈세한 의사는 4~5명 정도로, 모두 성형외과·피부과 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외국인으로 신분 세탁을 하며 세금을 회피한 탈세범들도 있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선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면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명 ‘황금 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탈세범 B씨는 황금 비자를 통해 국적을 바꿔 국외 소득 수백억원에 대한 당국의 추적을 피했다. 이후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국내에 재입국, 해외 은닉 자금으로 호화 저택을 구입하기도 했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경제위기 극복에 사용돼야 할 재원을 국외로 유출한 것”이라며 “역외탈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