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최근 물가가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근원 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으로 낮아지는 등 긍정적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유가 상승 등에 따라 둔화 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진, 취약 부문의 채무 상환 부담 누적으로 연체율이 상승세고,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고 가계 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며 최근 금융 시장 상황을 우려했다. 외환 시장에 대해서도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최근 디스인플레이션 흐름과 성장·금융 안정 간 상충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안도걸 의원이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조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총재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되, 의사 결정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과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은에서 일시적으로 빌린 돈이 누적 91조원이 넘어 역대 최대’라는 민주당 김태년 의원의 지적엔 “정부가 한은 통장을 이용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재정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씩 지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 질의엔 “수출은 호조적인 데 반해 취약계층이 어려운 면이 있다”며 “재정 지원을 하게 되면 전략적으로 타깃(목표)을 해야 한다”며 맞춤형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