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레드로드 청년 일자리 페스타를 찾은 한 구직자가 국민취업 지원제도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미국의 만 25세 기혼자 비율은 22%로 41년 전인 1980년(63%)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 21세 취업률(정규직 기준)도 64%에서 39%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성인 나이가 됐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20대(18~29세) 청년들을 지칭하기 위해 ‘신흥 성인기(Emerging Adulthood)’란 개념도 등장했다. 미국 심리학자 제프리 아넷이 지난 2000년 주창한 개념으로, ‘성인 모색기’라고도 번역된다. 유년기-성인기-노년기의 3단계로 이어지는 발달 과정 중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가 추가된 것이다. 조성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은 높아지고 독립에 따르는 비용도 상승한 결과”라며 “한때 15세쯤 사실상 직장을 정했다던 독일도 요즘엔 20대 중반까지 독립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집값이 높고, 일자리 간 격차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모색기가 상대적으로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취업한 강모(31)씨는 “20대 중·후반까지도 진로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고, 어떤 업계든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 문에 대한 압박이 컸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과 직장 등이 서열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모색기에 청년들이 겪는 불안과 혼란이 더욱 크다”고 했다.

우리나라 20대는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 채 성인 모색기를 보낸다는 점에서 학업과 진로 탐색을 하면서도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벌어 쓰는 경우가 많은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들과 차이가 있다. 작년 미국의 20~24세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1.3%였지만,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48.5%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등록금과 월세 등 생활비를 부모가 내줘야 한다는 정서가 강한 반면, 미국 등 서구에서는 대학생들이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해 학자금 대출로 학비를 충당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 쓰는 경우가 보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