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결혼한 이모(46)씨는 최근 외동딸 돌잔치를 했다. 10년 전인 2014년 36세에 뒤늦게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결혼과 출산 모두 늦어진 것이다. 이씨는 “애랑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걱정을 했는데, 돌잔치에 온 아내 친구들 중 ‘우리 남편도 마흔 넘어 첫애를 가졌다’는 분이 많아 위안이 됐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결혼·출산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늦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만 40~44세 남자 초혼은 1만1110건으로 첫 통계가 나온 1990년의 11.4배로 급증했다. 40대 초반 여자 초혼도 5341건으로 33년 전의 18.2배로 뛰었다.

그래픽=이철원

2008년까지만 해도 40대 초반 초혼은 20대 후반, 30대 초반, 30대 후반, 20대 초반에 이어 5위였는데, 2009년부터 20대 초반을 제치고 4위가 됐다.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였던 20대 후반 초혼은 2009년부터 30대 초반에 이어 2위로 밀렸고, 지난해에는 2위 자리도 위협받을 정도로 줄었다.

과거 ‘노총각’ ‘노처녀’ 소리를 들었던 30대 중반을 넘은 남녀의 초혼은 이제 흔한 일이다. 작년 7월부터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이름의 시청 주관 단체 미팅 행사가 7차례 열렸던 경기 성남시에서는 지난 7일 첫 결혼 사례가 나왔는데, 각각 30대 중반인 최모(36)씨와 황모(34)씨 부부였다.

결혼 연령이 높아진 만큼 출산도 늦춰지고 있다. 2000년에는 2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1000명당 출생아 수)이 39.2명으로 40대 초반(2.7명)의 14.5배에 달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40대 초반 출산율이 20대 초반을 역전했다. 작년에는 4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이 7.9명으로 20대 초반(3.8명)의 두 배 이상이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40대 초반 출산율이 20대 초반을 앞서는 나라는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못지않게 만산(晩産)·만혼(晩婚)이 심각한 일본도 20대 초반 출산율(20.8명)이 40대 초반(12.4명)보다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