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을 찾은 한 청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성인이 된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는 것은 고스란히 부모의 부담으로 남는다. 외국에서도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있지만, “일단 독립부터 하자”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캥거루처럼 30세가 넘어도 부모 품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문화가 만연하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의 20대 초반(20~24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48.9%에 불과하다. 일주일에 1시간 아르바이트만 해도 ‘취업자’로 집계하는 점을 고려하면, 20대 초반의 절반가량은 아예 돈벌이를 하지 않은 채 공부나 취업 준비 등에 전념하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미국의 20대 초반 경제활동 참가율은 71.3%에 달한다. 성인이 되기 직전인 18~1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49.1%로, 한국의 20대 초반보다 높다. 독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60% 수준으로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20대 초반의 한국 청년들이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대학 진학률이 70%대로 워낙 높은 데다, 남성 청년들은 통상 이 시기에 병역 의무도 마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좁은 취업문 탓에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시기에는 실제 돈벌이에 나서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관념이 강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20대 초반을 오롯이 진로 탐색에 매진하고, 이후 곧바로 일자리 시장에 진출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30대까지도 헤매는 청년이 다반사”라고 했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취업 시장 진출을 꺼리면, 전반적인 사회 동력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일하는 사람이 늘어야 전체적인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것은 기본”이라며 “한국은 소득상승률이 낮다 보니 시작부터 좋은 직장을 잡는 데 긴 시간을 쏟게 되고, 그만큼 취업이 늦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잠재성장률까지 하락하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대 청년들이 쉽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교수는 “20대 초반에 돈을 벌면서 진로 탐색도 할 수 있는 인턴이나 파트타임 일자리 등 세대에 맞는 일자리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해주는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