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4 대구청년 응원프로젝트 '청년이음 일자리정보 박람회' 현장에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뉴스1

청년들의 취업·결혼·출산 ‘3종 세트’가 점점 뒤로 미뤄지고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일찌감치 취직이란 첫 관문을 통과해 인생의 본론을 써 내려가는 20대들도 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나광진(26)씨는 벌써 9년 차 직장인이다. 직업계 고교 자동차과 3학년 재학 중이던 18세 때 바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입사했다. 나씨는 “무엇을 하며 살까 고민만 하기보다, 우선 취직하고 꿈을 찾는 중이다”라고 했다. 그는 2년 전 한양대 산업융합학부에 들어갔다. 그는 “현장 실무엔 자신이 있지만, 이론 공부도 필요했다”고 했다. 또래 친구 상당수는 아직 취업 준비생인 데 반해, 나씨는 꾸준히 모은 돈으로 최근 자동차도 샀다고 한다.

3년 차 직장인 이모(28)씨는 내년 동갑내기 여자 친구와 결혼을 계획 중이다. 그는 휴학 없이 대학을 다니고 졸업해 바로 취직했다. 예비 부부가 모은 결혼 자금은 벌써 1억원 정도다. 양가 아버지 두 분 다 결혼식 때 ‘현직’ 신분일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를 둘 이상 가질 계획이라는 이씨는 “늦어도 40세 이전엔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일찍부터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의 몫을 다하는 청년이 많아지려면, 자립 의지가 있는 청년층의 홀로서기를 돕는 제도가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학 근로장학금을 확대하고, 신혼부부용 도심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 자금 대출, 디딤돌 대출 등 대표적인 사회 초년생 혜택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업한 청년층에게 주거비 지원을 해주는 등의 각종 ‘취직 연계형’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직 시점을 당기기 위해 ‘취학 연령’을 낮추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생산 가능 인구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대학교·대학원 과정 통합을 통한 졸업 연령 낮추기’ 등의 정책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