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다음 주 월요일(29일)부터 기존 주택 보유자가 추가적으로 다른 주택을 구입하려는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가계 대출이 급증세를 보이자 국내 은행업계를 선도하는 리딩 뱅크인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대출에 대한 리스크(위험) 관리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시작한 다주택 구입용 주담대 제한이 다른 은행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전국 영업점에 이 같은 내용의 주담대 관리 강화 방침을 통보했다. 국민은행은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29일부터 주택 등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리고, 다른 은행에서 빌린 주담대를 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대환 대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이 대출 제한에 나선 것은 최근 가계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712조1841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3조6118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 대출은 지난달 5조3415억원 늘면서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번 달 들어서도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대출 제한은 개별 은행의 결정”이라면서도 “급증하는 가계 대출의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방어하려는 목적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올 들어 가계빚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6월(5조8466억원)과 7월(3조7991억원) 모두 주담대 증가액이 전체 가계 대출 증가액보다 많았다. 서울 아파트 값이 지난주까지 17주 연속 오르는 등 서울·수도권 집값이 올해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려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가산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가계 대출 증가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등 시중 금리 하락 폭이 커서 가산 금리 인상의 효과가 미미하자, 다주택 보유 등 특정 목적을 가진 주담대에 대한 핀셋 규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도 오는 29일부터 모든 유형의 주담대 상품 가산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4일 기준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5년마다 금리가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가 연 2.92~4.93%다. 인상분이 적용된 29일 주담대 최저 금리는 연 3.1~3.2%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최저 금리는 연 4.1%에서 연 4.3%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연 2.9%대 금리에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해 주던 신한은행이 금리를 예정대로 올리면 당분간 시중에서 연 2%대 주담대 상품은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고, 하나은행도 이달 초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