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3.9% 증가한 574억9000만 달러(78조6520억원)로 집계, 10개월 연속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은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대한민국이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한 ‘글로벌 모범 사례’라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분석이 나왔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에 진입한 후 고소득 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은행은 1일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1960년 1200달러도 채 안 됐지만, 작년엔 3만3000달러에 육박했다”며 한국을 ‘성장의 수퍼스타(superstar)’ ‘모든 중진국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필독서(required reading)’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을 기적에 비유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루카스 교수의 발언을 소개한 뒤 “한국이 25년간 이뤄낸 성과를 오늘날 중진국이 50년 만에 달성해도 기적”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이번 보고서는 276쪽 분량으로, 중진국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이 정체되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짜야 하는지를 다뤘다. 세계은행 분류에 따르면 중진국이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136~1만3845달러 범위에 있는 나라다. 현재 108국이 중진국으로 분류된다. 지난 1990년부터 34년간 총 34국이 중진국에서 고소득국으로 올라섰다.

◇투자, 기술 도입, 혁신 ‘3i 전략’, 한국이 모범

보고서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investment), 기술 도입(infusion), 혁신(innovation) 등 3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3i 전략’을 제시했다. 저소득 단계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성장을 시작하지만, 중진국 단계에 들어서면 해외 기술 도입과 기술 혁신으로 고소득 국가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3i 전략’을 모범적으로 적용한 사례로 소개됐다. 보고서에 한국(Korea)이란 단어가 총 100회 언급됐다. ‘성장 수퍼스타 한국: 한국은 어떻게 해외 아이디어와 혁신을 활용했나’라는 제목의 분석도 실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성장의 첫 단계인 ‘투자’부터 성공적으로 다졌다. 1950~1960년대부터 수출 장려를 통해 개방을 우선시했고, 글로벌 시장을 활용해 국내 기업을 경쟁에 참여하도록 했다.

중진국에 들어선 뒤에도 한국 정부는 ‘기술 도입’에 전력을 다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기술 교육에 대한 직접 투자 등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인적 자원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발전에 필요한 기술 공급과 일자리 창출이 보조를 맞췄다”며 “한국보다 부유한 국가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이었다”고 했다.

◇외환 위기가 전화위복 됐다

이어 마지막 단계인 ‘혁신’은, 1997년 외환 위기 무렵에 이뤄졌다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당시 한국은 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과 재벌 기업에 대한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했는데, 이것이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기업 간의 담합을 완화하는 계기가 되면서 한국 경제에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한국 외에 폴란드와 칠레도 성공 사례로 꼽았다. 냉전 시절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였던 폴란드는 1990년대 이후 거대 국유 회사들을 개혁하면서 혁신을 이뤄냈고, 칠레는 1960년대만 해도 수출의 80%를 차지했던 광산업 비율을 줄이면서 기술 혁신 기업을 지원했다. 결국 한국과 폴란드, 칠레는 공통적으로 ‘혁신’을 이뤄냈기 때문에 고소득 국가에 합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