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완쪽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 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뉴스1

미국발(發) 경기 침체 우려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뒤덮으면서 이번 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가계 부채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쳐 경기 침체 공포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어서 이창용 한은 총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은은 이달 2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시장 불안을 우려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우리도 미국처럼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8월 금통위 회의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10월에 연이어 0.2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개월째 한은의 목표치(2%)보다 조금 높은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만 보면 기준금리를 낮출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부동산 매수 심리가 들썩이고 있는 것은 한은이 쉽게 금리를 내릴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은 26조5000억원가량 늘며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고, 금리를 동결하면 내수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한은이 처한 딜레마다. 지난 1일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한국엔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 상승, 가계 부채 증가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처하는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오전 정부는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제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합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증시 폭락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증시 폭락이 이어지자 금융위원회는 오후 4시 30분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해 다시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