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실질적인 씀씀이가 2년 넘게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2분기(4~6월) 102(2020년을 100으로 본 상대적 지수)로, 작년 2분기보다 2.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 이후 9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여,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소비 위축이 이어졌다. 이 지수는 음식, 의류, 승용차 등 소비재 판매 기업 2700곳의 총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로, 물가 영향을 제거해 실질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불변 지수’ 기준이다.

소매판매액 감소세는 외환 위기 때도 5개월(1997년 4분기~1998년 2분기) 이어지는 데 그쳤다. 또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3개월 만에 가장 크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카드 대란 때인 2003년 2분기(-3.8%)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달 15일 서울 시내 한 상가에 새 임차인을 찾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물가 상승세를 반영한 경상 지수로 봐도 2분기 소매판매액은 작년 2분기보다 0.1% 하락했다. 경상 지수 기준 2분기 소매판매액이 감소한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2분기 설비투자가 1년 전보다 0.8% 감소하는 등 내수의 또 다른 축인 투자도 부진하다. 지난달 25일 나온 2분기 성장률이 6분기 만에 마이너스(-0.2%)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내수 부진이 한몫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춘 2.5%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종전 2.7%에서 각각 2.4%, 2.5%로 낮췄고,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흥국증권은 각각 2.5%에서 2.4%로 낮췄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전망치는 각각 2.5%,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2.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