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 /연합뉴스

정부가 9월부터 수도권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비수도권보다 강화하는 ‘핀셋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수도권의 대출한도를 다른 지역보다 줄이겠다는 것이다.

1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는 9월 1일부터 수도권에 대해서는 대출한도를 결정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올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는 나중에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가정하고 미리 대출한도를 줄이는 규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DSR 규제에 따르면, 소득이 같을 경우 금리가 높을수록 대출한도는 더 줄어든다.

정부는 9월부터 수도권에 대해서는 미래 금리 인상폭(스트레스 금리)을 더 높이기로 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0.3~0.4%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9월부터는 비수도권은 0.7~0.8%포인트, 수도권은 1%포인트 이상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40년 만기로 대출받을 경우 금리가 연 4%일 때 현재 3억7700만원 정도를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9월부터는 지방은 대출한도가 2000만원가량 줄어들고, 수도권은 4500만원 정도 줄어든다.

정부가 수도권 대출에 ‘핀셋 규제’를 들이대려는 것은 수도권 집값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다. 19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2% 올랐다. 전월 상승폭(0.09%)을 크게 웃돌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원으로 이달 들어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800억원 늘었다. 이 추세라면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7조1660억원)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전세대출과 정책대출 등 그동안 스트레스 DSR 규제를 받지 않았던 대출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라고 금융회사들에 주문했다. 당장 대출액 자체를 줄이지 않더라도 추후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현황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 급증세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적시에 대응 카드를 꺼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선은 15% 수준인데, 이를 2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기업대출의 경우 위험가중치 최저치가 3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위험가중치는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설정되는 비율로, 해당 비율에 따라 돈을 쌓아 두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면, 대출 시 은행권의 자본 적립 의무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에 대한 자본 규제가 시행되면 주택담보대출을 늘릴 경우 자본을 더 쌓아야 해,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이 대출을 추가로 늘리고자 하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은행의 가계대출 취급에 따른 자본 적립 부담 등을 높이는 방향으로 거시건전성 규제·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며 향후 가계부채 관리 방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스트레스 DSR

DSR(Debt Service Ratio)은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스트레스 DSR은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한도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