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왼쪽) 등이 최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2025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내년 정부 예산(총지출)이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총지출 증가율이 역대 최소 폭이었던 올해(2.8%)에 이어 2년 연속 3% 안팎을 유지하는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5년도 예산안’과 ‘2024∼2028년 국가 재정 운용 계획’을 확정·의결하고 9월 2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정부가 1년 전 재정 운용 계획에서 밝힌 4.2%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으로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을 2년 만에 삭감하는 등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내년 재정 적자 비율을 2019년(-2.7%)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2%대 이하(-2.9%)로 묶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전 재정은 우리 정부가 예산안을 세 번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지출 구조 조정을 통해 절감한 재원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고 했다.

국회서 답변하는 최상목 부총리 - 최상목(맨 앞줄 왼쪽에서 둘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기초연금, 아동수당, 공무원 월급 등 법으로 정한 의무 지출을 제외하고 정부 차원에서 씀씀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 지출 증가율을 최소화한 것이다. 사회간접자본과 연구·개발(R&D) 등 재량 지출은 내년 311조8000억원으로 총지출의 46%를 차지한다. 이는 정부가 재정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최저치다. 대표적 재량 지출 예산인 SOC 예산은 1년 전보다 3.6% 깎인 25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다만 올해 예산에서 대폭 삭감됐던 R&D 예산은 내년 29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8% 늘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총지출 증가율 3.2%는 물가 상승세를 반영한 정부의 내년 경상 성장률 전망치(4.5%)를 밑돌기 때문에 긴축 기조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 임기 동안 두 차례 이상 SOC 예산을 삭감하기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4.5%)과 2017년(-6.6%) 이후 8년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개통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선 등 올해 안으로 마무리되는 도로·철도 건설 사업이 많아 내년도 SOC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철도 분야 예산은 7조원, 도로는 7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1조1000억원, 8000억원 줄어든다.

기재부는 비슷한 사업을 통폐합하고 사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24조원 규모 지출을 절감했다. 지난해(24조원)와 올해 예산안(23조원)에 이어 3년 연속 20조원대 지출 구조 조정을 한 것이다.

내년 통합 재정 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폭은 25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9조원 가까이 줄어든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분을 제외하고 실질적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 재정 수지 적자(77조7000억원) 역시 올해 대비 14조원 가까이 감소한다.

내년 국가 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1277조원으로 올해보다 81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세수가 줄어 모자라는 예산을 충당할 대규모 적자성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날 내년 국고채를 역대 최대 수준인 201조3000억원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27%(42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국고채를 가장 많이 발행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180조5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