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주십원빵 홍대점에서 직원이 십원빵을 제조하고 있다. /뉴스1

화폐 도안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로 단종 위기에 놓였던 경북 경주의 명물 ‘십원빵’이 이제 한국은행 승인을 받지 않고서도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은 영리목적의 화폐 도안 이용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 이용 기준’을 개정한다고 29일 밝혔다. 내달 1일 시행된다.

십원빵은 10원짜리 동전을 본떠 만든 빵이다. 경주 황리단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십원빵’은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그러나 한은은 작년 6월 십원빵 제조업체에 빵 디자인에 10원짜리 동전에 들어가 있는 다보탑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도안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한은은 그동안 영리 목적의 화폐 도안 이용을 금지해왔다. 위·변조 심리를 조장하고 화폐 품위 및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한국은행에 별도로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 창의적인 경제활동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번에 기준을 개정했다. 다만 한은은 영리목적 여부와 관계없이 화폐 위변조를 조장하거나 진폐로 오인될 수 있는 경우엔 화폐도안 이용을 규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이용형태별(화폐모조품, 인쇄삽화, 전자적삽화)로 구분된 도안사용기준을 ‘화폐모조품’과 ‘일반 도안이용’으로 단순화하고, 화폐모조품은 별도로 구분해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주화 모조품의 규격도 신설된다. 최근 유아용 장난감 동전이 실제 동전과 크기가 비슷해 금융기관에 입금된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주화 모조품의 경우 현행 규격보다 75% 이하로 축소하거나 1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한은은 화폐 품위와 신뢰성을 저해하는 부적절한 도안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음란성과 폭력성, 사행성, 혐오감 등이 포함되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화폐의 품위와 신뢰성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도안 이용이 규제된다.

화폐 도안에서 인물만 별도로 분리해 이용하거나 도안의 인물 모습을 변형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다. 화폐영정 작가의 저작인격권(著作人格權)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떄문이다.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화폐의 품위와 신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한은은 이 같은 이용기준을 위반한 경우 당사자에게 경고하고 제품 폐기를 포함한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형법과 저작권법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