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내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돈줄이 막힌 서민들이 찾는 ‘불황형 대출’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불황형 대출은 카드론, 보험계약대출, 예금담보대출처럼 신용 등급이 낮아서 금리가 낮은 시중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출을 말한다.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40조605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는데 이를 또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7월 카드론 평균 금리가 연 14.35%에 달하는 등 대표적인 고금리 대출 상품이지만, 카드론 잔액은 작년 12월 이후 7개월 연속 늘고 있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별도 심사 없이 최대 36개월까지 돈을 빌릴 수 있어 중·저신용자들이 급전 창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서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 대출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카드사 대환 대출 잔액은 1조7869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35% 가까이 늘었다. 카드사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 연체율은 1.69%로 작년 말보다 0.06%포인트 올라 2014년(1.6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계약대출은 올해 6월 말 기준 70조2000억원으로 1년 만에 1조3000억원가량 늘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본인이 미래에 받을 보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통상 보험 해약 환급금의 50~95% 한도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본인의 저축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청약저축 담보대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청약저축 담보대출 잔액은 3조1714억원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였던 2021년 6월 말에 비해 41% 늘었다. 두 대출 모두 경기가 불황일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보유 중인 자동차를 담보로 급전을 마련하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 소득 조건, 신용 점수 등과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차담대 한도 조회는 1484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92만건)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