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약 2주 앞두고 농축산물 성수품 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의 과일 가게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8월 소비자 물가가 2% 올라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가 상승률 2%’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0차례나 연 0.5%에서 연 3.5%까지 올리고, 최근엔 가계 부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여온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소류 3개월째 하락세

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작년 8월에 비해 2%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보복 소비와 우크라이나 전쟁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로 떨어진 것은 채소와 과일 물가가 안정된 영향이 크다. 양파, 파, 양배추 등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채소류 가격은 작년 8월 대비 1.7% 떨어져,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7월까지 1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던 과일 물가도 지난달 들어 9.4% 올라 상승폭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 물가 상승폭도 7월 8.4%에서 지난달 0.1%로 줄었다.

그래픽=김하경

2% 안팎의 물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22년 5.1%, 지난해 3.6%였고, 올해 정부 목표는 2.6%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큰 오름세 없이 안정적이고, 원달러 환율도 내리고 있어서 수입 물가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

다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 넘게 물가가 고공 행진한 결과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과 비교하면 8.7%나 오른 상태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시차를 두고 반영해 한번 가격이 오르면 좀처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이 기간 상승률이 각각 12.8%, 13%에 달한다. 떢볶이(5.7%), 햄버거(5.5%), 김밥(5.2%), 칼국수(5%) 등은 1년 전에 비해 5% 넘게 올랐다.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에 따라 요금 인상을 자제해온 에너지 공기업들이 공공 요금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물가도 오르는 분위기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7월 들어 지역난방 요금을 9.53% 올린 데 이어 한국가스공사가 지난달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 요금을 6.8% 인상하면서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는 3.3% 상승했다. 이달 14~18일 추석 연휴와 11월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도 7월(13.4%)과 지난달(9.6%) 두 달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하 앞둔 각국

지난달 2%로 물가 목표와 같은 상징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이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했다. 물가가 완전히 안정됐느냐는 질문에는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큰 공급충격이 없으면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현 수준에서 조금씩 왔다갔다할 것”이라 했다.

그래픽=김하경

전 세계 주요국도 최근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2022년 9월 소비자 물가 상승폭이 8%대였던 미국도 지난 7월 들어 물가 상승률이 2.9%로 2%대를 기록했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시장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3% 안팎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영국은 지난달 초 4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