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에 따르면 공학계열 여성 재학생(전문대 이상) 비율은 2013년 18.2%에서 2022년 23.3%로 증가했다. 2012년 2만4434명이었던 공학계열 여성 졸업생 수는 2022년 3만4740명으로 늘었다. 10년 간 약 42% 증가했다. 기술 분야 여풍(女風) 주역들을 만났다.

최근 카이스트(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석사 과정을 시작한 박진아(27)씨는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지만 6년의 직장 경험이 있다. 2017년 폴리텍대 바이오 캠퍼스 바이오의약분석과를 나와 대웅제약 생명과학연구소에 최연소 입사했다. 재직 중 두 번의 승진을 한 후, 연구자가 되기 위해 회사를 나와 대학원에 진학했다.

(왼쪽부터)박진아, 김은비

박 씨를 실무에 강한 연구자로 이끈 건 폴리텍대이다. 그는 폴리텍대에서 실험동물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약효 및 독성 평가, 유전자 및 단백질 분석, 단백질 생산 기술 등을 배웠다. 교육 과정 중 현장 실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세포배양 등 기술이 산업체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박씨는 폴리텍대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현장의 기술력과 학술적인 지식 모두 갖춘 인재가 되고 싶다”며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김은비(28)씨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의 개발자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서비스형 플랫폼(PaaS)을 금융사나 공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웹개발과 서버 컴포넌트 관리 등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어학 전공자 출신이다.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졸업 후 방탈출 게임 제작사와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개발자들과 협업하면서 개발 직무에 눈을 떴다. 개발자가 될 방법을 찾던 중 폴리텍대 분당융합기술교육원을 알게 돼, 2021년 3월 데이터융합SW과에 입학했다. 프로그래밍 기초부터 실무까지 종합 교육을 받았다. 전공자들이 4년에 걸쳐 공부하는 내용을 몇 개월 만에 익히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김 씨는 “아침 9시 학교에 가서 밤 9시까지 자습한 후 귀가했다”며 “과제가 많은 날이면 새벽 3시에 잤다”고 말했다.

노력은 결실로 돌아와, 공부 7개월 만에 뱅크웨어글로벌에 입사했다. 정보처리기사, SQLD, CKA 등의 자격증도 땄다. 연봉은 예전보다 1000만원 이상 올랐다. 김씨는 “개발자는 기술로 말한다”며 “역량을 잘 키우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