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인근 폐업한 상점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수 경기 전망’을 놓고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에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설비 투자와 서비스업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부문 별 속도 차이는 있지만, 내수가 회복되는 징후가 보인다는 듯이다. 기재부가 말하는 ‘회복 조짐’의 근거는 백화점·마트 등에서 이뤄진 카드 승인액과 자동차 내수 판매량의 증가 등이다.

이로써 기재부는 지난 5월부터 다섯 달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완만한 회복 조짐’이라며 ‘완만한’이란 표현을 추가했지만, 어쨌든 계속 긍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것이다.

◇KDI “내수 회복 보이지 않아”

반면 경제 분야의 대표적인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기 판단은 기재부와 사뭇 다르다.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내수의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음식점 포함)는 작년 4월부터 최신 수치인 올 7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전년 동월 대비) 중이다.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 소득에서 지출을 뺀 가구 흑자액(실질 기준)도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8개 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다. 가계의 살림살이가 점점 더 팍팍해져, 소비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책 연구 기관 사이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엇갈리는 판단이 나오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KDI도 올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2%)를 상반기(1%)보다 높게 잡는 등 향후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며 “‘표현상 문제'이지, 객관적인 지표에 대해 기관 간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