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4 서울 카페&베이커리페어 시즌2'에서 한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는 장면. /뉴스1

국제 커피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커피 애호가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이 직장인들의 점심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는 한국도 조만간 커피플레이션(커피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커피에 사용되는 대표 원두인 로부스타와 아라비카의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로부스타는 일반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커피에 사용되고, 아라비카는 고급 원두커피에 쓰이는 편이다. 그러나 아라비카보다 저렴한 편이던 로부스타의 경우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깝게 올랐다.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런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지난 8일 1톤(t)당 5264달러까지 올랐다. 작년 말 2795달러 안팎에서 88% 급등한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라비카도 비슷하다. 아라비카 가격을 반영하는 뉴욕거래소의 커피 C 선물은 14일 1파운드당 262센트까지 올랐다. 작년말 182센트 언저리에서 치솟은 것이다.

푸른선이 뉴욕거래소 아라비카 선물 가격, 빨간선이 런던거래소의 로부스타 선물 가격. 아라비카는 1톤당 가격으로 변환한 것. 단위는 달러. /파이낸셜타임스

이미 해외에서는 급등한 원두 가격의 여파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커피 소비가 많은 이탈리아다. FT에 따르면 이탈리아인과 관광객 등이 가정 밖의 공공장소에서 소비하는 커피는 연간 60억잔에 이른다. 하지만 원두 가격이 오른데다 에너지 물가까지 오르며 커피 가게는 물론 소비자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커피 가격 급등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아라비카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 2021년 발생한 한파로 인한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 또 아라비카보다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로부스타도 베트남에서 최근 가뭄이 길어지면서 생산이 줄었다. 여기에 홍해 사태 등으로 운송비까지 더해지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등은 커피 원두 공급 계약을 한번에 장기간 하는 곳이 많고, 재고도 있기 때문에 당장은 커피값이 오르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국제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실제 구매가격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