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高)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득 대비 필수 생계비 비율이 올 들어 두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치를 고쳐썼다. 필수 생계비는 식음료(주류 제외)와 월세, 수도요금, 전기‧가스요금 등 주거‧수도‧광열비, 대중교통 이용료‧주유비 등 교통비, 외식 식사비 등 생계를 꾸려가는 데 꼭 필요한 비용을 뜻한다. 소득이 늘어나도 고물가 등으로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불어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가구당 월 평균 필수 생계비는 151만3274만원으로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396만3788원)의 38.2%로 집계됐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 대출 이자, 사회보험료 등을 뺀 금액이다. 올해 2분기 필수 생계비 비중은 201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다. 필수 생계비 비율은 지난 1분기에도 38%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었다. 코로나 거리 두기로 일용직 근로자들과 자영업자들의 벌이가 크게 줄었던 2021년 2분기(37.8%)의 직전 최대치를 올 들어 고쳐쓴 데 이어 2분기에도 기록을 경신했다. 전 세계적 이상 기후와 유가 상승 등으로 먹거리 물가와 교통비, 주택 관리비 등이 고공 행진한 결과다.

품목 별로 보면, 월세와 전기료 상승세로 주거·수도·광열 비용이 7.1% 늘었고, 대중교통비·주유비 부담이 늘면서 교통 관련 비용도 6.9%나 늘었다. 세금(12.6%), 사회보험료(10.5%) 등 비(非)소비지출이 올 2분기 3.7% 늘어난 점도 처분가능소득 증가세를 제약했다. 이자 비용은 월 평균 12만5147원으로 작년 2분기에 비해 4.8% 줄었다. 작년 2분기 이자 비용이 42.4%나 늘어난 기저효과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금리가 뛰기 전인 2022년 2분기(9만2330원)와 비교하면 올 2분기 이자 비용은 38% 넘게 올랐다. 이자 비용은 2022년 3분기(19.9%)부터 올해 1분기(11.2%)까지 7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3분기 들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필수 생계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분기 2.7%였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월 2.6%로 낮아진 데 이어 8월에는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로 떨어졌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국은행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집값 상승에 따른 대출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실제 대출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기조를 유지할 경우 이자 부담이 종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 6월 19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