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19일 새벽 3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 초반기에 더 속도감 있게 움직여야 앞으로 고용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더 크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매판매 지수 등 경제 지표가 침체 수준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FOMC에서 빅컷과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 중 격론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번 FOMC의 결정을 ‘동전 던지기(coin flip)’에 비유하고 있다. 예측이 어렵고, 어느 쪽으로 결론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시장은 “0.5%포인트 인하 확률” 63%

18일 연준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63%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34%)보다 큰 폭 상승했다.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보는 확률은 같은 기간 66%에서 37%로 확 줄었다. 이 지표에서 0.5%포인트 인하 전망은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될 당시 17%까지 떨어졌었다. 당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3.2% 올라, 전월보다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새 시장의 전망이 급변했다.

경기 침체 징후가 선명해지지 않았음에도 미국 금융시장에서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연준이 목표로 하는 연착륙 달성을 위해 빅컷이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12일 “현재 연준의 금리가 중립 수준보다 훨씬 높으며 이런 불균형은 가능한 한 빨리 고쳐져야 한다”며 0.5%포인트 빅컷을 주장했다. 연준의 비공식 소통 채널로 통하는 월스트리트저널도 기사와 칼럼을 통해 빅컷 분위기를 유도하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많다. 지난 5~8월 4개월 동안 4%대로 올라선 실업률 등 고용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한 컨퍼런스에서 “미국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정말 많은 해고 발표들이 나오고 있다”며 ‘연준 실기론’을 제기했다고 블룸버그는 17일 보도했다.

18일 회의 이후 다음 회의가 11월이라는 점도 연준이 빅컷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견해에 힘을 싣는다. 10월에는 금리 추가인하 기회가 없는데, 향후 지표가 고용 시장 악화 쪽으로 더 기울면 ‘연준 실기론’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현재 상황보다 고용시장이 더 둔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8월 고용 보고서 발표 이후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전제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초기에 큰 폭으로 선제 대응하는 방법도 지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8월 23일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행사장 주변을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문가는 “0.25%포인트 인하 확률” 84%

반면 연준이 0.25%포인트만 인하할 가능성이 아직 크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17일 경제전문매체 CNBC는 경제학자·펀드매니저 등 27명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를 통해, 응답자 중 84%가 연준이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16%만이 연준이 0.5%포인트 빅컷을 단행할 것으로 봤다. 응답자의 74%는 “9월 금리 인하는 미국 경제 연착륙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고, 15%만이 “너무 늦었다”고 했다.

최근의 경제 수치들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17일 발표된 미국 8월 소매판매지수는 전년 대비 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0.2%)를 넘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예상보다는 탄탄하다는 지표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은의 ‘GDP 나우(now)’ 모델은 같은 날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을 연율 환산 기준 3.0%로 추정했다. 일주일 전 2.5%에서 0.5%포인트 높인 것으로, 3분기 추정이 시작된 지난 7월 26일 이후 최고치다.

연준의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빅컷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집권 민주당의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선거 직전에 돕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0.25%포인트만 내려야 한다고 본다. 실제 백악관과 민주당은 빅컷을 압박하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6일 미국외교협회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은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연준이 노동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등은 같은날 파월 의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0.75%포인트 인하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촉구했다. 하지만 연준이 0.25%포인트 인하하면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돕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은 총재는 17일 CNBC에서 “이번 FOMC 논의 테이블에는 ‘가을 내내 경제 지표를 뒤쫒으며 보내고 싶진 않다’며 과감한 인하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좀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맞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