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현지시각) 마닐라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현지시각) 마닐라 한 호텔에서 열린 한-필리핀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실적 부진을 겪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부 분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로이터 통신은 필리핀을 방문 중인 이 회장이 두 사업부 분사 계획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하고 있다”며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7일 보도했다.

그동안 삼성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두 사업의 분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이 같은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한 셈이다.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분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2005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은 62.3%로, 삼성(11.5%)과의 격차는 50.8%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삼성 파운드리는 수주 부진 등으로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수조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이 회장은 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의 프로젝트가 난관에 직면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변화하는 상황 때문에 조금 힘들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및 반도체 분야에 재정을 지원했고, 한국은 주요 외국인 투자자였지만 올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정책 변화 가능성으로 인해 몇몇 회사들이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미루고 고객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