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중국의 올해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6%(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발표했다. 작년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로, 올해 1분기 5.3%, 2분기 4.7%에 이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세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 ‘5% 안팎’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조한 성장률에도 이날 중국 증시는 정부의 8000억위안(약 154조원) 규모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올랐다. 상하이가 2.9%, 선전이 4.7% 오르면서 한국 코스피(-0.6%)와 일본 닛케이평균(0.2%)보다 큰 폭 상승했다. 상장 기업과 대주주에게 자사주 매입 및 지분 확대를 위한 자금을 빌려주는 ‘특별 재대출 프로그램’은 이날 시작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1일부터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2∼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그래픽=김현국

◇“중국 경제,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

올 들어 중국 경제는 내수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며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봉쇄를 겪으면서 부실이 커진 지방정부 재정난과 서방과의 무역 분쟁도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9월 생산자 물가는 1년 전보다 2.8% 떨어지며 2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이는 2016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침체 고착화를 막으려고 중국 지도부가 연이어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4일 지급준비율을 내려서 시중에 돈을 풀고 단기 정책 금리와 사실상의 기준 금리인 대출우대금리를 낮추는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를 살리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중국 문화여유부에 따르면, 내수 부양책이 발표된 후 국경절 연휴(10월 1~7일) 관광객 규모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10.2% 늘었지만, 지출은 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관광객 1인당 지출이 5년 전보다 2.1%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 채용 플랫폼 자오핀에 따르면, 중국 주요 도시 38곳의 신입 사원 평균 월급은 3분기에 1만58위안(약 194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6% 하락한 것이다. 월급이 쪼그라들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이는 물가·임금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부양책을 추가하고 있다. 국경절 연휴 직후인 지난 8일에는 거시 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정부 예산을 연내 조기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12일에는 재정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17일에는 주택도시농촌건설부가 우량 부동산 사업에 대한 대출 규모를 1조7700억위안(약 340조원)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4분기에 경기 되살리기 안간힘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4조위안(당시 GDP의 11%)의 공격적 경기 부양책을 구사했다. 반면 현재 지금까지 거론된 3조위안은 2023년 국내총생산과 비교해 2.4%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경제를 살리려면 더 큰 부양책이 동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 류상시 원장은 “중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10조위안(약 1928조원) 이상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인 류 원장은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절벽에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도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경기 부양책에 대한 세부 사항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지방정부 지도자, 국영기업 대표 등이 베이징에 모여 내년도 경제 전략을 짜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12월에 열리는데, 이때 경기 부양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이 조만간 특별 국채 발행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초장기 특별 국채 발행을 통해 6조위안(약 1155조원)을 조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방안으로서 3년에 걸쳐 국채가 발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