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간밤 뉴욕 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10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7% 내린 3만5241.59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1.81% 떨어진 4504.0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0% 내린 1만4185.64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들어 긴축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이날 장 시작 전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올라 월가 전문가 예상치 7.3%를 웃돌았다. 이는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치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긴축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것이란 우려에 장 초반 나스닥 지수가 2% 가까이 내리는 등 내림세를 보였다. 오전 중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뉴욕증시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연은)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며 다시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불러드 총재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7월 1일까지 100bp(1.0%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원한다”면서 “3월에도 0.5%포인트 올리는 것을 선호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미 매파적이었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기대 수위를 훨씬 끌어올렸다”고도 했다.
7월까지 연준은 세 번의 FOMC 정례회의를 갖는데, 불러드 총재의 발언은 회의마다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한 번은 0.50%포인트 올리는 등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배리 길버트 LPL파이낸셜 자산 배분 전략가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1월 소비자물가가 또 한 번 깜짝 급등하면서 시장은 연준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여기서부터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통제될 조짐이 보이기 전까지는 연준이 과도한 긴축에 나설 것이란 우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9년 8월 이후 최고치인 2.03%를 기록, 전날보다 0.09%포인트 급등했다.
높은 물가 상승세와 국채금리 급등으로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미리 반영하는 성장주 주가엔 큰 부담이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미국 주식 ‘톱30′도 하락세를 보였다. 30 종목 중 26종목이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2.84%), 애플(-2.36%), 알파벳 A(-2.1%), 아마존(-1.36%)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고, AMD(-5.33%), ASML(-3.45%), 엔비디아(-3.3%), TSMC(-0.65%) 등 반도체 관련주도 급락세를 보였다. 테슬라(-2.95%)를 비롯해 루시드(-3.19%), 니콜라(-1.98%) 등 전기차 관련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반면, 전날 ‘깜짝 실적’을 보인 월트 디즈니는 3.35% 올랐고, 다음 주(15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에어비앤비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1.43% 상승했다. 아이온큐와 보잉 주가도 각각 3.43%, 1.34%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