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매파적인’ 발언에 하락 마감했다.

21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58% 내린 3만4552.99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0.04% 내린 4461.18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40% 내린 1만3838.46으로 장을 마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리츠칼튼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연설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지난주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파월 의장의 공격적인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에 주춤했다. 파월 의장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한 번 또는 여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립이라는 일반적인 조치를 넘어서, 더 제약적인 수준까지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물가 상승률이 2%라고 가정할 때, 중립 금리 수준은 2.5%가량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중립 금리를 넘어서서 더욱 공격적으로 긴축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증시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32%로 마감, 전 거래일 대비 0.18% 급등,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2년물(2.14%)과 10년물 스프레드 차이는 0.1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역전하는 경우 보통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한다.

파월 의장과는 달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다소 완화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미국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면서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 경로가 적절한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7.1% 올라 다시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한 미국 주식 ‘톱30′ 종목들도 지난주에 비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빅테크’주 중에선 메타(-2.31%), 마이크로소프트(-0.42%), 알파벳A(-0.02%) 등이 하락했고, 애플(0.85%)과 아마존(0.15%)은 소폭 상승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앱스토어와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애플의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켰음에도 주가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 관련주는 소폭 올랐다. AMD가 2.17% 오른 것을 비롯해 엔비디아(1.06%), ASML(0.45%), TSMC(0.19%) 등도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22일 ‘투자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날 메타버스와 관련한 엔비디아의 계획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주가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1.74%)는 올랐지만, 니콜라(-0.23%), 루시드(-1.09%) 등 다른 전기차 관련주는 하락했다. 테슬라는 22일 독일 베를린의 공장 ‘기가 베를린’에서 생산하는 자사의 전기차 ‘모델 Y’ 30대를 고객에게 인도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