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로 대표되는 전지사업부문을 분사한다. 16일 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전지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정하고 이르면 17일 이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더 큰 도약을 하겠다는 포석”이라며 “분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투자 자금 확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분사설은 2011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1년 12월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을 분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LG화학측은 공시를 통해 이를 일축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도 전지사업부문 분사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투자가 많이 필요한 반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난 2분기부터 실제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분기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은 전기차 배터리가 흑자를 내면서 분기 사상 최대 매출(2조8230억원)과 영업이익(1555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 차동석 부사장(CFO)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한 게 큰 의미”라며 “3분기에도 전지부문이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분할 방식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뉘는데 LG화학은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에서 전지사업부문을 떼어 내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삼는 방식이다. LG화학이 분사하는 전지사업부문의 지분을 100% 갖기 때문에 지배력을 유지하게 되고 향후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막대한 투자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은 원래대로 LG화학 주식만 갖고 있게 된다. 이와 달리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되는 기업을 분할 비율대로 나눠서 지배하게 되는 방식이다.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뿐 아니라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으로 사업부문이 나눠져 있는데, 분사하면 전기차 배터리로 대표되는 전지사업부문만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된다. LG화학이 분사를 결정한 건 그만큼 전지사업부문의 앞날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올해 1~7월 점유율 1위(25.1%)를 차지했다. 작년말 기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의 수주잔량은 150조원에 달한다. 수주잔량은 계약 금액으로, 실제 제품이 인도될 때 매출로 잡히게 된다. 이미 예정된 매출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8월 기준 LG화학의 배터리 분야 특허는 2만2016건에 달한다.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의 청사진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우선 2024년까지 전지사업부문에서만 3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절대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본다”며 “전지사업부문 매출 30조원 중 전기차 배터리가 20조원을 넘게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