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 ‘일방통행식’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 회장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 정치에 몰두하고 있는거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 여파로 우리 기업들은 잘 아시다시피 매일 생사의 절벽에서 발버둥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과연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기업에 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기업인데, 기업 측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일사천리로 정치권에서 합의하면 되겠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지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 절차를 봐도 일방통행이 예상된다”며 “법 개정과 관련해 경제계서 여러차례 의견도 냈고 설득 노력도 했는데 여야가 합의해 마이동풍처럼 지나가는 게 맞는 일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치는 경제를 위해 움직이고, 결과로써 국민이 잘 사는 거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경제가 정치의 도구로 쓰인다는 생각을 할 땐 참 답답해진다”고 했다.
그는 “소수와 약자 보호도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기 위해선 시장과 경제에 자유만 보장할 수 없다는 정치가 있고, 시장과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겠다는 정치가 있다”며 “이 두 가지가 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치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어 “그 사이에서 국민은 적절히 선택하고, 견제도 하고, 그 가운데서 밸런스(균형)도 찾는 게 정치 아니겠나”라며 “이제는 어느 쪽이 어떤 정치를 지향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요즘은 그래서 참 어렵다”고 했다.
박 회장은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 입장이 다 다르고, 소유나 지배구조도 기업마다 전부 달라 각각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국회가) 너무 한쪽에 집중해서 법을 만들면 결과적으로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토론해 가며 합리적인 지점을 찾자는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국회의 경제 입법에서 일부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차단 장치는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박 회장은 “개정되는 규정 간에 상충되는 부분은 없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차단 장치는 가능한지, 법이 아니라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충분히 논의해봤으면 한다”며 “가급적이면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해서 감독으로 해결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