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생중계… 전세계 27만명이 봤다 테슬라가 22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프리먼트 공장에서 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테슬라의 청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22일 오후 1시 30분(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의 테슬라 프리먼트 공장 주차장. 테슬라 전기차에 탑승한 테슬라 주주 240여명은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가 무대에 올라서자 경적을 울렸다. 같은 시각 전 세계 27만명이 마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 생중계를 보듯 유튜브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테슬라는 주주총회를 겸해 배터리 개발 성과를 발표하는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었다.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테슬라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기술을 공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제조사, 그리고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후 반응은 싸늘했다. 기대했던 ‘한 방’ 없이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테슬라의 시총은 500억달러(약 58조원)가 날아갔다.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 급락

이날 테슬라는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것에 더해,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셀인 ’4680′을 소개했다. 테슬라에 따르면 이 새로운 배터리 셀은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주행 가능 거리는 16% 늘었다고 한다. 진일보한 기술이긴 하지만, 테슬라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의 내부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에너지 밀도를 높인 것) 시제품을 공개할 것” “160만㎞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선보일 것” 등의 예상 시나리오가 나온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반응이 나왔다. 새 원통형 배터리 셀 4680마저도 당장 생산할 순 없다. 머스크는 “새로운 배터리 셀을 시범 생산할 예정”이라며 “3년이 지나면 대량 생산된다”고 밝혔다.

시장은 차갑게 반응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5.6% 하락했고, 시간 외 거래에서도 7%가량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는 블록버스터급 기술 도약이 아닌 몇 가지 점진적인 기술 개선책만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국내 주식 토론방에서도 “배터리 데이 때 5년 뒤를 얘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추상적인 로드맵으로만 가득 찬 행사였다” 등의 혹평이 쏟아졌다. 테슬라는 이른바 ‘서학 개미’로 불리는, 해외 주식을 직접 구매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이다.

테슬라 주주 240여명, 전기차 타고 머스크 발표 지켜봐 /테슬라라이브

◇머스크 “3년 안에 2000만원대 전기차 선보일 것”

잔뜩 긴장했던 국내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배터리 가격을 크게 낮추겠다는 계획과 함께 배터리 생산 설비 확충 로드맵을 공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는 새 원통형 배터리 셀을 통해 배터리 가격을 56%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3년 안에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공표했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5만6000달러(약 6500만원) 정도다. 전기차 단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생산 비용을 낮춘 이른바 ‘반값 전기차’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더 많은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생산 설비를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테슬라는 2030년까지 총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인 LG화학의 올해 말 생산 능력(100기가와트시)의 30배 규모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결국 배터리를 개발해 직접 생산하는 내재화를 추진하겠다는 선언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를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가야 할 길을 재확인시켜 줬다”며 “차세대 배터리가 나오기 전 최소 10년 동안은 값싸고 효율성 높은 배터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기술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내용은 없었지만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