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의 한국 법인인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6월 주주총회를 열고 219억6485만546원을 배당키로 의결했다. 주주총회라지만 주주는 일본 도요타 한 곳이다. 배당 금액은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지난해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올린 당기순이익과 1원 단위까지 똑같다. 한국에서 일년간 벌어들인 모든 돈을 탈탈 털어 일본 본사로 전액(全額) 보낸 것이다.
국내서 SC제일은행을 운영하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작년에 655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인 3144억원보다 훨씬 많다. 그동안 벌어놓은 순이익을 쌓아놓았다가 한꺼번에 배당해 가져간 것이다. 이 회사가 5년간 배당한 돈만 1조4720억원이다. 심지어 2015년에는 2800억원의 적자가 났지만, 500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배당금은 모(母)회사인 홍콩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갔다. 이 은행은 “2019년엔 본사에 배당하면서 동시에 본사로부터 1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기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을 현금 자판기처럼 활용하는 일부 외국 기업의 행태다. 배당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지만, 번 돈을 모두 배당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한국 시장에서 장기적인 미래 투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때 친근한 한국 주류 브랜드였던 오비맥주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순이익 2743억원을 냈지만, 배당은 순이익을 훌쩍 넘는 4390억원을 했다. 오비맥주 법인 입장에선 돈은 벌었지만, 통장의 잔고는 줄어든 것이다. 배당금은 벨기에 맥주회사 AB인베브의 몫이다. AB인베브는 2014년 사모펀드인 KRR에서 오비맥주를 58억달러(현재 환율로 6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5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오비맥주에서 배당금으로 빼간 금액은 1조1540억원이다.